서울지하철 유입 비둘기 근본 퇴치 계획…"시민 불편해소 위해 다양한 시도"
서울지하철 유입 비둘기 근본 퇴치 계획…"시민 불편해소 위해 다양한 시도"
  • 최원봉 기자
  • 승인 2024.05.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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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4월 서울지하철 1호선 착공식을 축하하기 위해 하늘에는 수천 개의 풍선과 함께 천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그러나 2024년 서울지하철에서 비둘기는 더 이상 평화와 축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울지하철이 비둘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합정역은 맹금류 사진, 신도림역은 대합실에 비둘기의 천적인 ‘황조롱이’ 모형을 달아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둘기로 인한 불편 민원이 늘어나자, 유입을 막을 방법을 모색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였다. 서울교통공사(사장 백호)는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철 내 비둘기 등 야생조류 유입 차단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23년 1월부터 ’24년 1월까지 역사 내 비둘기로 인한 불편 민원 건수는 총 131건으로, 주로 비둘기가 역사 안에 있으므로 처리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역사는 비둘기 유입 건수가 많은 ▲합정(2)역 ▲신도림역 ▲ 왕십리(2)역 순이었다.

비둘기가 많이 유입되는 원인으로는 역사가 한강으로부터 3km 이내에 있으며, 고객들이 무심코 흘리는 빵부스러기 등과 같은 먹이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역사 내 비둘기 유입은 단순 불편에 그치지 않고 안전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22년 4월 신도림역에서는 머리 위로 날아오는 비둘기를 피하려고 고개를 숙이다 게이트 모서리에 부딪혀 눈 부위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1년 8월에는 4호선 노원역 내 조가선에 앉은 비둘기 퇴치 작업 중 청소용 밀대가 접촉되어 전차선이 단전되고 중대 재해가 발생할 뻔한 사례도 있었다. 조가선이란 전차선이 늘어지지 않게 고정하는 추가적인 선이다.

공사는 야생조류 유입을 차단하고 중대 재해 예방을 위해 상계(4)역, 도봉산(7)역 등 5개 지상 역사에 버드 스파이크를 우선 설치했으며, 조류 유입이 잦은 지상 역사에 단계적으로 그물망 및 버드 스파이크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35개 지하 역사 출입구 인근에 조류기피제와 특정 역사에는 음파퇴치기 등을 시범 설치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야생조류 유입을 관리하기 위해 먹이원 통제 및 홍보, 청소 및 민원 안내 등의 대책도 수립했다. 인위적 먹이 제공 및 판매 금지를 위한 대시민 홍보‧계도를 강화하고, 집비둘기의 먹이원이 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등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또한, 조류 유입 시 신속하게 외부로 유도하고 배설물을 제거하여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야생 조류를 차단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야생 조류를 보호하기 위한 방지 장치도 설치한다. 공사는 ’23년 10월 17일부터 12월 15일까지, 총 51일 동안 5개 역사의 출입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야생 조류 총 126마리의 지하철 출입구 투명창 충돌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 대상 5개 역사는 야생조류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난 것으로 보고된 신촌역, 이대역, 아현역, 서대문역, 마포역이다.

공사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 8조의2(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방지)에 따라 유리로 된 출입구 캐노피에 빈번하게 충돌하는 야생 조류를 보호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충돌 방지시설 설치 계획을 세웠다. 먼저 올해 신규 캐노피를 조성하는 4역 8개소에 조류 충돌 방지시설을 시범 설치했고, 7월까지 18역 24개소 추가 설치하고, 이후 214역 630개소에 단계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올해 2월 종로3가, 잠실, 여의나루, 녹사평역(4역 8개소) 유리 캐노피에 조류 충돌 방지시설 시범 설치를 완료했다.

해외에서도 비둘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비둘기 불임 사료를 도입하여 굶는 고통을 주지 않고 개체 수를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독일은 비둘기집을 설치하여 비둘기가 알을 낳으면 알을 빼내고 플라스틱 인공알로 교체하여 개체 수를 감소시키고 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역사 내 비둘기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공사에서도 다각적으로 방법을 모색 중이다.”라며, “시민들도 모이를 주거나 역사 주변 음식물쓰레기를 방치하지 않는 등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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