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유지보수 키워드는 ‘첨단화’와 ‘과학화’
KTX 유지보수 키워드는 ‘첨단화’와 ‘과학화’
  • 최원봉 기자
  • 승인 2024.06.17 10: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레일 사옥
코레일 사옥

대한민국의 고속철도 운영 및 유지보수 기술력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경기도 고양에 있는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이다. 축구장 11배 크기(79,321㎡) 규모에서 고속철도 차량에 대한 경정비와 중정비를 모두 담당하는 이곳은 지금 스마트 팩토리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서 이뤄지는 모든 정비 업무는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100인치 모니터 3대에서 현재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열차와 출고를 앞둔 열차, 정비를 위해 고압전기를 차단한 곳 등의 모든 기지나 상황이 표시된다.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형태로 나타낸다.

지난해 12월부터는 KTX 운행정보시스템도 새로 도입했다. KTX 운행중 발생하는 사소한 고장 내역은 실시간으로 차량 정비기지에 전달되고, 이 정보는 유지보수 작업자 개인의 스마트폰 알람으로도 전송되어 열차가 기지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최선의 정비계획이 세워진다. 고장 원인별로 정비 계획을 수립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그동안의 고장이력 통계를 적용해 중장기적인 유지보수 계획도 수립할 수 있다.

코레일은 고속철도 선로 관리 등 시설 분야에서도 기계화‧자동화를 통한 유지보수 체계의 과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속철도 선로는 기존 철도와 달리 이음매가 없고, 모든 구간이 직선에 가깝도록 곧게 펴져있어 진동이나 소음이 적다. 특히 우리나라 고속철도 전용선로는 모두 콘크리트 궤도로 건설돼 안전성, 내구성이 우수하고 유지보수 비용도 기존의 자갈궤도의 1/8에 불과하다.

첨단화될수록 정밀한 유지보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속선의 유지보수는 열차 운행이 없는 시간에만 진행하고 인력에 의한 점검보다 첨단장비를 부착한 궤도검측차 등 장비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선로뿐 아니라 전차선, 신호설비, 통신시설 등을 종합 점검할 수 있는 ‘종합검측차’, 교량‧비탈사면‧철탑‧송전선로 등 고위험 작업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점검 업무를 수행하는 ‘자율비행 드론’이 대표적이다.

지금 시범 운영 중인 ‘선로 자율 주행 로봇’도 눈길을 끈다. 기존에 사람이 철길을 따라 걸으며 일일이 확인하던 선로 안전 점검 업무를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 호우나 산사태로 선로에 낙석이 떨어졌는지를 점검하며 열차 안전운행을 확보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선로의 기울기와 균열 상태도 점검한다.

코레일은 열차 운행 선로에서 유지보수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도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열차가 접근하면 알람을 울리는 ‘열차접근 경보 앱’을 개발‧운영 중이고, 사고 등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안전하게 선로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되는 ‘비상대응 지도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태기반 유지보수(CBM, Condition Based Maintenance)’ 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고 기기를 정비하는 대신 부품상태에 맞춰서 유지보수하는 정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활용해 열차가 주행하는 동안 어느 구간의 평균 속도는 얼마인지, 레일온도가 몇 도인지, 선로 전환기는 제때 동작하는지, 차량 부품은 고장없이 잘 돌아가는지를 모니터링한다. 각종 유지보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이나 시설의 정비 주기를 정함으로써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외에도 KTX가 고속으로 달리기 위한 안전 기술은 다양하다. 열차 안전 운행을 저해하는 요인을 사전에 검지해, 다가오는 열차를 미리 정지시키거나 감속 운행함으로써 열차와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선로 변에 설치되는 ‘지장물 검지장치’는 낙석, 토사 등이 선로로 유입되는지를 감지하고, 고속선 레일 사이에는 ‘끌림 검지장치’를 설치해 차량 하부의 끌림물체를 확인할 수 있다. KTX 기장의 갑작스런 신체 이상 등 이례 상황으로 정상운전이 불가능할 때는 자동으로 운행을 중지시키는 ‘운전자 경계(감시) 장치’, 허용속도를 초과하면 속도를 감속시키는 열차자동제어장치(ATC), 신호장치 고장 시 운행속도를 제한하고 이상 시 자동으로 열차를 정지시키는 ‘속도제한장치(TSL)’도 KTX의 안전성을 높인다.

‘바퀴를 연결하는 차축’의 고온을 감지하는 ‘차축온도 검지장치’ 온도를 자동 측정하는 레일온도 검지장치, 우천, 강우, 강설, 지진까지 선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기상 이변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장치 등도 있다.

이러한 과학적 유지보수 체계를 기반으로 코레일의 지난해 여객열차 정시율은 UIC 기준 99.2%에 이른다. 철도사고 발생 건수도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 20년 224건에서 21년 174건, 22년 167건에 이어 지난해는 165건 발생하는 등 안전 지표도 우상향 중이다. 또, 최근 발표된 ’23년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PCSI) 조사 결과에서도 최고 등급인 ‘우수’ 판정을 받는 등 정시율과 안전, 서비스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철도안전을 더욱 강화하고, 유지보수 체계의 과학화에 총력을 기울여 국민이 더욱 편하고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철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