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지하철역 헤매던 90대 치매 노인, 역 직원 도움으로 무사히 가족 품으로
한밤중 지하철역 헤매던 90대 치매 노인, 역 직원 도움으로 무사히 가족 품으로
  • 최원봉 기자
  • 승인 2025.03.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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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헤매던 90대 치매 노인이 근무 중이던 역 직원의 빠른 발견과 보호 등 도움을 받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근무하는 라광수 차장은 지난 3월 10일(월) 23시 23분경 CCTV 감시 근무 중 내복 차림의 노인이 8번 출구 계단을 걸어서 내려오는 것을 목격했다.

라 차장은 보호자가 근처에 있는지, 갑자기 다가가면 놀라서 넘어지지 않을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노인이 지하 1층까지 내려올 때까지 모니터를 계속 살펴보았다.

관찰 끝에 보호자 없이 역을 방문하여 보호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라 차장은 노인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노인에게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노인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라 차장은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112에 신고를 요청하였고, 동시에 노인이 놀라지 않도록 7분간 대합실에서 함께 노인 곁을 지키며 역사 내 고객안전실로 함께 갈 것을 설득하였다.

이와 같은 판단은 오래 근무경험을 통해 고령의 어르신을 무리하게 설득하거나 이끌려고 하면 돌발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라 차장의 판단이었다.

라 차장의 거듭된 설득 끝에 노인은 고객안전실로 이동하는 데 동의했다. 직원들은 노인의 손과 발을 주무르고 오물을 닦아준 후 따뜻한 두유를 건네면서 노인과 대화를 나눴다.

약 15분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함께 노인의 신상정보를 파악한 결과 노인이 소지하고 있던 ‘치매노인 인식표’를 발견했다. 다행스럽게 인식표에 기재된 보호자에게 연락이 닿았고, 노인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당시 근무 중 노인을 발견하여 돌봄 및 귀가하도록 돕는 데 힘쓴 라 차장은 “쌀쌀한 밤에 홀로 배회하는 노인을 처음 발견하였을 때, 7~8년간 치매로 고생하신 어머니가 생각나 작지만 두유라도 하나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라며 “직원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고, 늦지 않게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돌아가신 후에도 걱정이 되어 보호자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푹 주무셨고 주간보호센터에도 잘 다니신다는 답장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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